쇳밥일지 줄거리 한국 노동현장의 실태
<쇳밥일지>는 청년 노동자 천현우의 산문집이다. 그가 어린시절부터 느껴온 세상의 이야기와 노동자로서의 생생한 경험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그의 지난 시절을 함께 살펴보며 과연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는가에 대한 놀라움을 느낄 수 있다. 각종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좀 처럼 나아지지 않는 그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천현우 작가의 <쇳밥일지>에 대해 알아보자.
지방 소도시 청년 노동자의 기록
작가 천현우는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정책으로 인해 한때 호황을 누렸던 도시는 업황의 쇠퇴로 지금은 한적한 모습이다. 지방 소도시에서 나고 자란 청년은 자신의 미래를 회색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히 살아가겠지만 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색깔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어린시절부터 경험한 가난을 탈출하고자 청년은 대학 진학대신 취업을 선택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실한 근로소득을 통한 계층이동의 희망은 불가능한 것 같다. 누군가는 그들에게 왜 노력하지 않느냐고 다그치지만 그럴 기회가 과연 공평하게 주어졌는지 의문이다. 그저 열심히 일하고, 아끼고 모아서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도 사치에 불과한 생활이 이어진다. 하청업체에 근무하며 최저시급 언저리의 근로소득으로 생활해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누군가는 회사와 노동자를 연결해주고 쉬운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주간과 야간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교대근무에 몸과 마음도 말라가지만 이 생활에서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더 괴롭다. 기계처럼 일하고 돌아와 잠깐의 휴식을 통해서는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작심하고 대학 진학을 꿈꾸지만 가족이 사기를 당한다. 당장 생존이 힘든 상황에서 학업을 계속한다는 것은 사치다. 결국 다시 현장에서 살아남기위해 노동현장으로 돌아간다.
청년 용접공 펜을 들다
주말 막노동까지 해가며 성실하게 빚을 갚아나가던 청년은 우연히 인생의 멘토를 만난다. 그로부터 용접기술에 대한 내용과 육체노동자의 자부심을 배운다. 용접은 힘들고 위험한 노동의 상징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디에서든 써먹을 수 있고, 기술을 배우면 굶어죽지 않겠다는 생각을 용접을 배우고 일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전문성을 길러 멋지게 성장하고 싶은 현실은 쉽지 않다. 정직원과의 차별, 노조원과 비노원의 차별, 산업재해를 입고 현장에서 장애를 얻은 동료의 모습을 보며 실망감만 늘어간다. 그래도 청년은 현실에 굴하지 않았다. 자신의 내면을 망치질하기 위해 독서를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팟캐스트를 통해 정치와 행동경제학 등 조금씩 관심있는 분야를 알아나갔다. 그렇게 청년의 시야는 넓어졌다. 순탄한 회사생활을 유지하며 운동, 독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단련해나간다. 그러던 중 동료의 끔직한 산업재해 현장을 목격하고 이러한 현실을 알리기위해, 현장의 자존심을 잊지 않기 위해 현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자존감을 찌그러뜨리는 부당한 압력에도 꾸준히 저항하며 글을 써내려갔다. 그렇게 써내려 간 글이 의외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공장 안에서 당연하고 식상하게 들릴정도로 동료들과 나누었던 말에 드디어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방 소도시의 현장과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쇳밥일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쇳밥일지를 읽고 느낀점
2022년 8월 출간된 천현우 작가의 <쇳밥일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SNS에 추천글을 올리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동시대를 살아온 또래 청년의 이야기지만 그와 나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도시와 지방, 현장과 사무실은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묵묵히 성장해온 그의 용기와 행동에 진심어린 찬사를 보낸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고, 포기하고 싶다고 느낄 때 이 작품을 통해 조금의 희망과 용기를 가져보기를 바란다. 한편으로는 현장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이 좋아지기를 희망한다. 임금 상승뿐만 아니라 당연히 누려야할 안전한 작업환경이 꼭 갖추어지기를 바란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이렇게 우리의 목소리가 모이면 관심을 받고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해본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장 노동자들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한다.